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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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본인의 중국인 멸시풍조(김문학)
2010년 08월 06일 08시 50분  조회:5801  추천:19  작성자: 김문학

<장련련재>근대 재발견 100년전 한중일(10)

일본인의 중국인 멸시풍조


김문학

  청일전쟁이 치열하던 1894년 8월 24일 《동경아사히신문》에 “지나인 3명 아동에게 습격당하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8월 22일, 청국상인 3명이 동경의 아카사카다거리를 걸어가고있을 무렵, 학교에서 귀가하는 어린 학생들이 “야~.챵챵한이 왔다. 이놈들은 조선 아산전투에서 도주한 놈들일거야.”하면서 청국인 3명을 향해 돌팔매질을 했다. 돌멩이는 운 나쁘게 청국인들 앞을 걷고있던 근위제3련대의 보병 두명을 명중하여 되돌아본 보병들은 바로 뒤에서 걸어오고있던 청국인이 돌을 던진줄 오해하고 그들을 타고앉아 구타를 안겼다. 크게 놀란 청국인들은 “나 투석한거 아니야”고 변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주위에서도 사람들이 욱 몰려들어 란리가 났다. 경찰서에 연행되여 취조를 받았으나 어린이들의 장난인것을 판명하고보니 그 청국인들이 너무 가여워서 경찰관이 치쿠지의 거류지로 바래다주었다고 한다. 이 기사는 청국인에게 동정했지만 투석한 어린이들에게는 비난도 질책도 없었다.

  이 짧은 기사는 어린이들이 장난끼로 인해 벌어진 작은 “사건”이긴 하지만 100여년전 청일전쟁을 계기로 승전에 도취된 일본인의 중국인 멸시 내지는 아시아 멸시풍조를 노정했다.

  당시의 일본 신문 잡지를 보면 어린이들이 노는 놀음에도 일본 소학생들이 전쟁놀이를 언제나 즐겼는데 동군과 서군으로 짝을 갈라서 “청국군”과 “일본군”의 전투가 주종이였다. 어린이들은 헌 등롱 밑굽을 박취하여 거기다 길고 굵은 검은 끈을 접착시켜 돈미(豚尾) 즉 돼지꼬랭이로 삼고 청국군노릇을 했다. 조선 아산에서 완패한 청국군병을 포로하여 일본군앞에 무릎꿇리고 바줄로 포박하여 처형하는 “전쟁놀이”. 청국의 변발마저 교묘하게 고안해낸 아이들의 머리속에는 아마 실제로 일본군에게 포로돼 일본에까지 연행된 모습을 보고 떠올린것일것이다. 전쟁 그자체가 아이들의 놀이에 재현된것이다.

  전쟁이 시작되자 일본에 체류하고있던 청국인이 귀국하였다고 보도한다. 8월 4일《요미우리》에 보도된데 의하면 요코하마시내의 수도에 독약을 뿌린 “비열하고도 나쁜 지나인”이 당장에서 체포되였다는 내용이 보인다.

  이러한 신문매스컴의 보도는 일청전쟁에서 보인 일본 전국민의 거국의 정열과 지어는 열광에 가까운 중국인 멸시관으로 치닫는다. 승전으로 교만해진 일본인은 일본에 살고있던 청국인을 향해 “일본 이겼다. 지나 졌다.”,“챵챵깍아머리”, “챵고로(청국인 중국어발음인 칭궈런의 변형이다)”, 돼지꼬리 등 멸시어로 매도했다. 특히 “챵고로”란 매도어는 오늘날까지도 중국인을 싸잡아 욕하는 일반용어로 고착돼있다.

  하지만 일본이라고 다 중국을 무턱 폄하하고 멸시한것은 아니다. 일본인의 중국관 및 조선관은 고전문헌의 중국세계에 대해서는 숭경하고 동경에 갈망할 정도로 집착하고 연구하고 호감을 품었다. 고전의 공맹, 사서오경이나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더욱 투철하게 연구, 활용해온것이 일본인쪽이다.

  그런데 명치이래 문명의 스승을 중국에서 서양으로 전환시킨 일본은 중국, 조선을 멸시, 모멸하는 감정이 양성되고 청일전쟁 승리를 경계로 그것이 일본대중사회로 급속히 전파된다. 특히 청일전쟁을 겪으면서 일본사회에는 “돼지꼬랭이 지나인”의 차별적인 표상이 전 사회에 감염되면서 중국과 조선을 멸시하는 풍조가 형성되였다.

  근대, 현대 일본을 조감해보면 일본인의 중국표상 즉 이미지, 관념은 5차례의 고조를 이루는데 제1차고조는 명치유신전까지, 제2차는 바로 1894년부터 1904년의 러일전쟁의 10년기간, 제3차는 1912년부터 1945년 패전까지, 제4차는 1970년 수교전후부터 1980년까지, 제5차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고도성장의 중국에 대한 보편적 관심이다. 지금 이 글의 해당시기가 제2차고조시기인것이다.
                                             
  일본은 서양으로부터의 충격을 통해 서양을 발견함과 동시에 “잠자는 사자” 중국(청국)을 “재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이 “재발견”은 보다 건전하고 객관적인 중국인식에 접근하다가 청일전쟁에서 보여준 중국의 “약체적본질”에 대해 경악하고 따라서 경멸로 기울어진다.

1894년 8월 22일 《동경아사히》신문에는 “지나인의 미집(迷执)”이란 제목아래”지나인은 상하를 불문하고 풍수미신을 맹신하고 있으며 청나라와 조선은 풍수상 아주 강한 연고관계가 있다”고 쓰면서 “바보를 치유하는 약 없다는데 지나인은 바로 그런 인간들이다”고 경멸하고 있다.

그리고 유명한 《태양》잡지에 늘 특집으로 중국인(한국인도)을 표상화시켰는데 요약하면 이런 내용들이다.

“지나는 국가관념이 없고”,”고대와 같이 구태의연하게 전제 정치를 실시하며” 언어로 형언키 어려울 정도로 불결하고 “지나인에 비해 조선인은 그래도 청결하나 일본인에 비하면 돼지우리같이 더럽다. 청결이야 말로 일본인의 특질이다” “지나인은 성격이 악렬한것은 세인이 다 아는 바인데 과히 자존, 보수하고 국가의식 담박히고 자사자리하며 교활산만, 야비인색, 고식우매하고 허례허식에 구애되여 있고 또 더럽다”
“그러므로 오늘날 일본이 지나인을 리드하고 그 4억만 인민을 교육하는 스승으로 된다. 이래서 일본이 선생으로 되며 중국은 동생,제자로 되야 한다.”

“국가관념””근로관념””청결관념”이 일본인이 아시아 여러나라를 앞선 특질이며 이것으로 일본은 근대를 달성했다고 고취한다.

사실 곰곰히 따져보면, 중국, 한국을 비하시키면서 그 민족성으로 나열한 결점 역시 과거, 최근만 해도 일본인에게 엄연히 존재했던 결함이 아닌가. 일본인의 오만함은 서양을 원숭이 흉으로 졸속히 이룩한 “근대”의 오만이며 서양에서 받아오던 동양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을 역으로 이용하여 같은 이웃 동아시아 중국, 한국에 대한 행해진 “역오리엔탈리즘”에 불과하다.

청일전쟁의 열광을 통해 일본은 이미 비문명적인 야만국으로 추락된 대국청국이란 이미지를 정착시킴으로써 그것을 후광으로 자신들의 “문명”, ”발전된 자화상”을 고안하고자 했던것이다. 이같이 형성된 중국, 조선표상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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